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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공사 피델리아

해야죠.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과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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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파는 아주 조심히, 주변을 살피듯 두리번거리며 다가왔다. 나이가 많이 든 탓에 유모직에서는 해고되었지만 여전히 젠킨스가의 도움을 받고 사는 탓에  이렇게 정보를 파는 일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정말, 비밀로 해주시는 거지요?"

​ 노파는 몇번이나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새로 나타난 능력자에 대해 더욱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할 때니까. 진정하라는 의미로 홍차를 한잔 내밀었다. 노파의 집으로 들어가는 물자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은 탁월했던 모양이다. 조금 긴장을 푼 채 가만히 찻잔을 바라보던 그녀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쌍생아의 탄생

  일식이 있고 나서부터는 귀족가에선 자녀를 낳는 것을 매우 신중히 여겼답니다. 젠킨스가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여왕님이 자리잡고 귀족의 위세가 점점 퇴색된다고 해도 젠킨스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영국에서 명맥을 이어온 귀족가문입니다. 지금은 가주이신 주인어른께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1900년 경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아주 고운 귀족영애셨어요. 두 분은 여타 다른 귀족과는 달리 사이가 매우 좋으셨습니다. 저는 주인어른이 도련님이라 불리우던 시절부터 젠킨스가의 유모로 살았기에, 주인어른께서 간간히 사용인들을 따돌리고 단 둘이서 이곳 저곳을 다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네, 그 사이좋았던 부부가 오래토록 함께 지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얼마지나지 않아 자애롭고 아름다웠던 마님이 아이를 가지셨고, 주인어른은 날듯이 기뻐하며 모든 사용인들에게 하사금까지 내려가며 극진하게 모시게 했었지요. 주인님은 제 손을 꼭 쥐고 태어날 아이의 유모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하셨습니다. 당연히 돌봐야 할 아이들입니다. 비록 나이가 40이 넘어가던 때였지만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제게도 기쁜 일이었으니까요. 기왕이면 젠킨스가문을 이어갈 수 있는 아들이길 바랐지만 딸이면 어떻습니까. 여왕님이 즉위하신 지금, 여인이 가문을 잇는 것이 드문 일도 아니니까요. 

 그 날의 일은 아주 똑똑히 기억합니다.

 아주 행복해야할 9월, 초가을의 그 날. 진통이 오기 시작했고, 모두가 초조하게 아이를 기다렸습니다. ...처음 만났을때도 말했습니다만 젠킨스가문은 일식이후 단 한차례도 능력자를 배출한 적이 없는 가문이었습니다. 당연히 능력자가 아닌 아이가 태어날 거라 믿었고 젠킨스가문 특유의 봄날 개나리같은 금발이 조금씩 보이자 산파도 저도 하늘에 감사하며 아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네, 당신이 알고 있다시피 쌍생아였지요. 마님을 닮은 보랗빛 머리칼의 사내아이와 주인어른을 닮은 금발의 여자아이. 쌍생아긴 하였지만 아주 건강하게 나온 아이들인 만큼 사용인 모두가 기뻐하던 그 때 였습니다. 멈추어야 할 피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양 품에 안고 행복해하던 안주인님의 얼굴이 빠르게 질려가고,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사용인이 달려나가 의사를 불렀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남자아이는 핀레이, 여자아이는 피델리아라고, 지어줘요. 아이들을 잘 부탁해요."

  유언은 그게 다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여아라면 피델리아, 남아라면 핀레이라고 짓겠다 서로 사이좋게 이야기 하던 두 사람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유언이었지만, 주인어른께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세상에 둘도 없이 사랑하던 아내가 저를 두고 떠났다는 생각때문에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는 한동안 아이들을 보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유모를 두 명 더 고용한 것 외에는 그 어떠한 조치도 없이 말입니다.

 아비의 애정을 받진 못했지만, 아기씨들은 참 잘 자라주셨습니다. 말도 빨랐고 걸음도 빨랐지요. 태어나 제일 처음한 말이 유모였습니다. 네, 저를 부르는 거였답니다. 아주 작은 그 아기씨들이 그리 웃으며 제 이름을 부를때엔 세상을 다가진 듯 싶고, 제 손주인 것 같아 마냥 좋았습니다. 

 그러다 아기씨들이 5살이 되고…. 두 분 중 한 분, 그러니까 누나가 되신 피델리아 아가씨에게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가끔씩 알 수 없는 결정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곤 했는데, 그게 소위 말하는 일식의 저주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5살이 되기 전에는 아주 미약했던 그 능력은 어느 기점을 타고 강력하게 표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주인어른은 그제야 아이들의 근황을 물으셨고, 이 능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셨습니다.

  "혹시 그 주인어른께서 아이들을 박해했다던가..."

 오오, 그럴리가요. 주인어른은 마님의 유언을 다시금 상기하시고 못다한 애정을 주시기위해 힘썼습니다. 헬리오스에 직접 연락을 취해 아이의 능력을 측정하고, 또 다룰 방법을 배우기 위해 많은 능력자들을 만나셨지요. 아가씨는 처음 받는 애정에 행복해했습니다. 아가씨만이 아닙니다. 핀도련님 역시 누나의 다정함과 아버지의 사랑에 행복한 10대를 보내셨습니다. 주변 것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는 진실이지요.

  두 아가씨는 평범하게 아카데미를 수료하시고 도련님은 대학에, 아가씨는 봉사활동에 힘을 쓰시기로 하셨습니다. 아가씨는 본인처럼 능력을 발현한 아이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돕고자 많은 노력을 하시고 계십니다. 고아원을 후원하시기도 하고 대공황때 가족을 잃은 자를 돌보기도 하셨습니다.

   "그럼, 이 루머들은 전부 사실이 아니라는 거네요?"

  그럼요! 그러믄요! 아가씨가 능력을 이용해 젠킨스가의 부를 불린다니요! 애초부터 타인은 상상할 수 없는 부를 가진 귀족가문입니다! 그런 아가씨가 뭐가 부족해서 능력으로 그런 짓을 하십니까?! 당신이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닌다 해서 제가 직접 말을 하는 겁니다! 그, 금전은 따로 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어찌 되었든, 제 이야기는 이게 다입니다. …기사를 쓰시려거든 이 사실에 한치도 어긋남 없게 써주세요!

포트레너드 카페

  "그만 두세요!"

 조금 높은 목소리가 카페 안에 울려 퍼졌다. 금발이 구불구불 흘러내린 아가씨는 불량해보이는 몇몇 인원이 한 여인을 희롱하는 것을 막아보려 그 앞에 선것 같았다.  딱봐도 아가씨의 배는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무서워하는 기색이 하나 없다. 이곳은 능력자가 판을 치는 곳이니 능력자인 가 싶어 그저 지나가려는데, 그 아가씨는 딱 집어서 나를 불렀다.

  "거기 당신! 가서 치안대를 불러오세요!"

 사람을 부리는 것이 아주 익숙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불변의 진실은 나는 절대 값을 치르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저 무시하며 떠나려고 했지만 문득, 그녀의 손이 밝게 빛이나는 게 보여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서고 말았다.

  "…치안대가 아니라 병원관계자를 불러도 좋습니다."

  그녀의 손에서 반짝이며 떠다니는 것은 필경 내가 아는 그것과 동일했다. 색은 은은한 제비꽃부터 짙은 붓꽃의 색까지 다양했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그것이 보석이라는 것이었다. 보석을 저리 쉽게 불러낼 수 있는 능력이라니! 이용만 잘 한다면 큰 부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터인데! 그러고보니 그녀가 입고 있는 곳 역시 귀한 옷감으로 지어진 것 같아 보였다. 꽤 흥미가 가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가씨의 손을 쓸 일은 없소. 내가 돕겠소."

 순간 그녀의 보랗빛 눈이 동그랗게 뜨여졌다. 실제로 도움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듯 눈을 깜빡거리던 그녀는 조용히 감사인사를 건네더니 불량배들을 단숨에 제압했다. 눈 앞에서 흔들리던 결정들이 잘게 부서져 그들의 몸을 위협한 탓이었다. 실로 빠르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에 잠시 놀라 바라보는 사이 상황을 끝낸 그녀는 밧줄을 건네며 웃었다.

  "말이라도 고마워요. 저 사람들, 하급 능력자나 혼자 된 여자아이들만 괴롭히는 못된 놈들이랑 연관이 있거든요."

  "그런 놈들이란 말이오? 그런데 이리 가볍게 대해도 괜찮은 거요?"

  "밧줄로 묶었고, 조금씩 상처도 냈고. 이대로 경찰이나 치안대에 넘기면 끝인걸요."

 과한 건 부족한 것만 못해요! 타이르듯 가볍게 말한 그녀가 빙글, 몸을 돌렸다. 저 멀리서 다른 이의 부름을 받은 경찰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음, 내 할일은 끝났네! 혼잣말을 중얼거린 그녀가 몸을 빙글 돌려 거리를 떠나려고 할 때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어라? 무슨 일이예요?"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오?" 

  "제 이름을 알고 싶다면 영식의 이름부터 밝히셔야죠?"

 순식간에 자세를 바르게 하더니 내뱉는 목소리부터가 달라진다. 귀족들이 쓸 법한 상급영어. 당당한 자세와 눈빛. 무언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은 테이라 하오. 본명은 그게 아니나 부르기 어려울테니 편히 부르는 이름을 알려드리는 거라오."

  "테이…."

  한 번 이름을 되뇌이던 그녀는 부드럽게 자신의 팔을 잡은 내 팔을 떼어내었다.

  "젠킨스 백작가의 피델리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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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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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조용하고 부드러운 전형적인 귀족 영애의 모습을 보이는 척 하고 있지만 실상은 고집이 세고 하고자 하는 일은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아이와 어린 여인들에게는 쉽게 그 곁을 내 주면서도 타인에게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보이려 애를 쓰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어떻게 보면 완벽주의자와 비슷한 강박증이 있는 듯.

 위와 같은 성정 탓인지 안정적이고 뛰어난 업무 수행능력이 있을 거라 파악된다. 때문에 단체에서 그녀를 영입하려 하고 있지만 젠킨스가의 방해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능력 

 결정을 자유자재로 불러내고 다듬어 이용한다.

 다만 이 결정이 다른 결정사들과는 달리 보석의 형태로, 좀 더 날카롭고 단단하기 때문에 이용할때 세심한 컨트롤을 요한다는 듯.

 능력은 일시적이라 불러낸 직후 사라지는 편이지만 간혹 형태가 남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능력을 쓴 경우 며칠씩 앓아 눕곤 한다.

관련사건파일

xxxxxxx. 아카데미 동기의 인터뷰.

젠킨스 영애는 처음부터 우리와는 아예 선을 긋곤 했어요.

후원을 한다면 다같이 해도 좋았을 것을 굳이 혼자 하려고 하지 뭐예요?

사람과의 관계 쌓는 걸 싫어하는 게 눈에 보이는 사람이라 솔직히 저희도 자주 마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고고한 백조를 굳이 우리가 따라줘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귀족이라고는 하지만 예전처럼 나리, 나리, 따르지 않아도 되잖아요.

어쨌든, 바른 생활은 혼자서 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성격

 보기엔 무척이나 상냥했다. 타인과 잘 어우를 줄 알고 저보다 어린 자들도 꽤 잘 돌보았으며 진실을 말하지 않을 지 언정, 쉽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또한 단 한 마디의 문장도 허투루 말한 적이 없었다. 그 어느 누구를 대할 때에도 긴장을 늦추는 법도 없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집중해서 듣고, 사소한 단어도 기억하는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녀의 진짜 성격을 아는 이는 핀레이, 그녀의 남동생이 유일하다. 그가 말하는 그녀는 딱 한마디로 정의된다.

   "입에 재앙을 좀 타고 나긴 했죠. 그리고 친해지면 그걸 굳이 숨기지 않아요."

관계 

​ 친하다고 불릴 존재는 유모와 핀레이, 그리고 아버지가 유일하다. 그리고 최근 이상하게 관심을 보이는 동양인 남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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